- 저자
- 테드 창
- 출판
- 엘리
- 출판일
- 2016.10.19
인간은 끊임없이 추구하는 존재다. 저 무지개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계의 진실을 알아버린 사람들. 그들이 맞닥뜨린 당혹스러움. 여기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 있다. 이미 SF계의 신이 되어버린 작가, 바로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SF 소설이다. 소설이 설정한 배경은 독특하고 기발하다. 반면에 문제를 풀어가는 과학적 태도는 매우 엄격하다.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지만, 우리 상식(영화가 우리를 망쳐놨다)과는 달리, 우주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외계인이 느닷없이 지구를 공격하지도 않는다. 다만 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즉,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정말로 일어날 법한 일들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천재가 된다면, 수학의 진리를 알아버린다면,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이 어떻게 반응할 지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즉, 작품의 배경은 완전히 SF적이지만 그 상황에 놓인 인간의 태도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만큼 소설이 주는 철학적 사유 역시 무겁다.
주인공과 함께 바빌론 탑의 끝까지 오르다 보면, (선명하지는 않지만) 인생의 진리에 다가선 느낌을 받는다. 인간과 신, 삶과 죽음, 사랑과 정신 사이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인간이 추구하는 것들은 무엇이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성취감일지, 무의미일지.
테드 창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의 대답은 다분히 동양적이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진보한다는 오래된 서양의 믿음을 날려버린다. 인간은 영원히 무언가를 추구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아리스토텔레스식 사고도 가볍게 튕겨버린다.
테드 창은 말한다. 바빌론 탑의 끝에서 정말로 신을 만난다면, 허무와 무의미가 존재할 뿐이라고. 만족과 행복은 우리가 추구하는 곳에 있지 않다고. 인간의 의미는 인간이 추구하는 이데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고. 바로 지금, 내가 살아가는 내 인생이 가장 소중한 진실이라고.
기발하고 치밀하게 짜 놓은 SF 세계에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고, 또 함께 고민하는 경험은 최고였다. 인간 존재에 대한 테드 창의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과 맞닿아 있어, 깊은 사유에 빠지게 한다.
8개의 단편 모두 좋았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네 인생의 이야기'이다. 다른 소설 대부분이 진실의 끝에 허무와 무의미를 보여줬다면, '네 인생의 이야기'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는 '깨달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것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 그러면 나는 미소 짓고 "응"이라고 대답하지.
이 평범한 대화가 바로 이 책에서 가장 커다란 감동을 주는 마지막 장면이다. 마치 우주를 돌아 다시 가족과 재회한 것과 같은 감동. 그 감동을 함께 경험하고 싶다면, 테드 창의 세계로 오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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