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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탁월한 사유의 시선, 그리고 독립적 투자자로 살아간다는 것
고전에 담긴 진리란 언제나 공중에 떠 있는 추상이 아니었습니다.그것은 언제나 당대의 구체적인 세계, 울퉁불퉁한 현실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형성된 것이었습니다.따라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경전에 적힌 문장을 그대로 보존하는 일이 아니라,그 진리가 어떤 세계적 조건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이해한 뒤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결국 관건은 지금 이 세계에서, 지금의 나에게서,어떤 문제가 먼저 진리로 떠오르느냐입니다.경전에 있는 진리를 묵수하는 태도는 진리를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라사유를 포기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이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핵심은 분명합니다.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독립적 주체로 발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흙을 쌓아 산을 이루면 바람과 비가 생기고,물을 쌓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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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이 아닌 확률, 영리함이 아닌 태도에 대하여,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을 읽고
투자는 흔히 미래를 잘 아는 사람이 더 많은 수익을 얻는 행위로 이해됩니다.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앞으로 무엇이 오를 것인가”, “다음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인가”를 묻습니다.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투자는 미래를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미래를 알 수 없다는 전제 위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투자는 미래에 대비해 자본을 미리 배치하는 일입니다.앞으로 몇 년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현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입니다.문제는, 그 미래가 하나의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여러 가능성과 확률의 분포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확률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그 확률이 어떤 결과로 실현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확률을 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다”는 뜻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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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패권·안보 딜레마·AI와의 접점까지 확장된 <스페이스 이코노미>
채드 앤더슨의 『스페이스 이코노미』는 제목 그대로 “우주 산업의 경제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책이지만,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단순한 산업 분석을 넘어 인류가 어떻게 새로운 경제권을 창출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동시에 ChatGPT와 우주 정책·우주 안보·미국의 산업전략·로켓랩과 스페이스X 같은 민간기업 생태계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단순히 책 내용만이 아니라 우주경제라는 개념 자체를 더 넓은 지평에서 다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게 『스페이스 이코노미』는 “우주라는 공간을 새로운 경제적 영토로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지구의 산업·안보·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렌즈”가 되었습니다. 우주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기술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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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변곡점을 읽는 투자자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앤디 그로브의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분명 경영서다.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투자자의 관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기업의 전략적 변곡점이란 결국 주가의 전략적 변곡점이고,조직이 변화에 실패해 몰락하는 순간은 곧 투자 손실의 형태로 내 계좌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 대부분은 경영자에게 주는 조언처럼 보이지만,나는 읽는 내내 “지금 내가 투자하고 있는 산업과 기업은 어떤 변곡점 위에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그 질문을 중심으로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정리해 본다. 앞으로 2~3년,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 책은 “다가오는 변화가 무엇인지 늘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말한다.주식 투자자의 언어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2~3년 뒤 산업이 어디로 갈지 모르면, 주가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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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조각들이 만나는 순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증명이 완성되는 순간이 아니라 증명이 무너졌던 순간이었습니다.앤드루 와일즈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논증에서 오류가 발견되고,그가 다시 혼자 연구실로 돌아가야 했던 그 시기 말입니다.책은 그 오류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이와자와 이론 자체는 와일즈의 증명에 부적절했고,콜리바긴–플라흐의 방법 역시 단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둘 다 강력한 이론이었지만, 결정적인 마지막 고리를 만들어내기에는 각각 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겉으로 보면, 두 이론 모두 실패한 도구처럼 보였습니다.그러나 와일즈는 이 실패를 폐기하지 않았습니다.오히려 그는 왜 실패하는지를 끝까지 붙들고 고민했습니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방법이 서로를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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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삶에서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천개의 찬란한 태양>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은 전쟁과 여성 억압에 대한 비참함을 그린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격동적인 역사 속에서 두 여성,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을 조명하며 운명, 희생, 사랑, 연대 등의 주제를 깊이 탐구한다.전쟁으로 삶의 근간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두 여성을 괴롭히는 근본 원인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억압이다. 여성은 남자 없이 외출이 금지된다.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히잡을 입어야 한다. 남편이 아내를 구타해도 구제받을 길은 없다. 여자는 남자들의 도구 또는 노예에 불과하다. 여자들의 인격은 없다. 그런 사회에서 여성들의 존엄성은 짓밟힌다.'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이다. 그래서일까, 이야기가 생생하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영화를 보듯 눈에 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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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함을 깨트리는 통로 <인생의 역사>
인생의 역사* 『인생의 역사』 초판 한정으로 출고된 양장본은 현재 소진되어, 2쇄부터 무선본으로 출고되오니 도서 구입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 2023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선정 신형철 평론가의 시화(詩話) 『인생의 역사』를 2023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도서전 프로그램 〈다시, 이 책〉의 일환으로, 책이 가진 물성, 북디자이너의 감상 팁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책을 마주할 때의 첫 느낌, 첫 기억을 새로이 새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서울저자신형철출판난다출판일2022.10.17 시에 대한 이야기 가 반갑다. 시가 하대 받는 시대이기에 더 그렇다. 잊고 지낸 어릴 적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시 읽기가 드문 시절에 단비 같은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특유의 깊이 있는 사유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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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살인자에게 더 눈길이 가는가 - <활자잔혹극>
활자잔혹극 은 심리 스릴러와 문학적 드라마가 결합된 장르의 소설이다. 서스펜스와 추리 소설이 결합되어 독자의 흥미를 이끈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도덕적 딜레마를 깊이 파고들기도 한다. 선과 악은 무엇이며, 정의와 복수, 구제와 심판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특징이다. 권력, 계급, 특권에 대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30대 전후의 여성이 한 가족을 몰살하는 이야기다. 그녀는 보통의 중산층 선한 사람들을 죽인다. 그녀에 대해 설명하고 묘사하는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그녀는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감정이 결여됐다. 공감을 못한다. 과거 병든 아버지를 죽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유니스이다. 작가는 유니스에 대한 서사를 최소화한다. 독자가 유니스를 동정심을 가질만한 부분을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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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세, <밀크맨>
밀크맨 과장됐다. 뒤틀렸고, 왜곡됐다. 망상과 현실을 오간다. 정신병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폴 오스터의 이 떠오르기도 한다. 망상, 집착, 강박, 불안, 감시 등의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의 심리를 그린다. 다른 점도 있다. 은 개인의 심리에만 집중했다. 은 왜곡된 세계와 인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를 그리고 있다. 은 2018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2016년 한강 작가의 가 수상한 이래 국내에 많이 알려졌다. 맨부커상 수상작 중 국내에는 줄리언 반스의 가 유명하다. 두 권의 소설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맨부커상을 받은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앨런 홀링허스트의 , 얀 마텔의 , 가즈오 이시구로의 , 존 버거의 등 무수한 작품이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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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않는 도랑에 개를 버리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 <귀신들의 땅>
귀신들의 땅 대만, 그리고 소설 북위 약 23.5도, 동경 약 121도. 중국 본토의 동쪽, 필리핀의 북쪽, 일본 오키나와의 남서쪽에 위치. 우리나라에서는 비행기로 약 2시간 30분 거리. 덥고 습한 열대 기후. 쫄깃한 타피오카 펄이 들어간 달콤한 버블티. 육즙이 가득한 작은 만두, 샤오롱바오. 의 모티브가 된 도시 '지우펀'. 영화 , . 대만은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였다. 1987년까지 계엄령으로 철저한 반공주의 체제를 유지했고, 반도체와 전자 산업 중심으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성장했다. 1996년에 이르러 첫 번째 직선제 대선을 실시했고, 2000년에 들어서 국민당의 독점이 깨졌다. 굴곡진 대만의 현대사가 우리나라와 매우 흡사하다. 흥미로운 대만 소설이 나왔다, 바로 .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