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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를 읽고

 
사진에 관하여
예술 평론가 수전 손택의 대표적인 저서 <사진에 관하여>를 번역한 책. 명실상부한 수전 손택의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이 책은 1973년부터 약 4년에 걸쳐 '뉴욕타임스' 서평에 기고된 여섯 편의 에세이를 새롭게 다듬어 발표한 것이다.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각계각층의 찬사를 받으며 대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1978년에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허상을 비판하는 이 책은 20세기의 주요 기록매체인 사진의 본성에 대한 논쟁적인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던지고 있다. 손택은 오늘날의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사진의 본성, 더 나아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현실을 구매하거나 구경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찰한다. 이 책은 사진에 관한 비평집으로서뿐만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진 허구의 세계에 대한 문명론적 인식을 시도하는 안내서로서도 높이 평가받는다.
저자
수전 손택
출판
이후
출판일
2005.02.14



<사진에 관하여>를 읽었다. 수전 손택이 쓴 사진에 관한 에세이다. 수전 손택은 우리를 사진의 본질 깊숙한 곳까지 안내한다. 사진의 역사와 함께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고찰한다. 안개를 헤치고 숲을 헤치듯, 얽히고설킨 사진의 오해와 진실을 살핀다.

 

그녀는 사진을 사회와 함께 통찰한다. 사진이 대량 살포되는 오늘날, 사진의 본질은 무엇인지, 사진은 어떤 경향을 갖고 있는지, 사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사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사진을 통한 우리의 경험은 어떻게 반응하고 현상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사진의 지도를 펼쳐 보이며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그 과정 속에서 만나는 사진의 거장들의 이름들도 반가웠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남주가 시간 여행을 떠나 과거의 예술가들을 만나며 흥분했던 것처럼 말이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에드워드 스타이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만 레이, 로버트 프랭크, 도로시아 랭, 그리고 다이안 아버스 등,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거장들. 그들의 사진과 사진에 대한 생각을 만나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수전 손택 <출처: 경향신문>

 

손택은 메타포를 자주 사용하면서 <사진에 관하여>를 서술했다. 멋스럽고, 탁월하다는 느낌이다. 다 읽고 나니 책장마다 밑줄과 메모가 넘쳐난다. 어느 하나 버리기 아까운 문장들.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이 너무나 많았다. 특히 동굴의 비유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압도적이었다.

 

“인류는 여지껏 별다른 반성 없이 플라톤의 동굴에서 꾸물거리고 있다. 그것도 순수한 진리의 이미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이 지독히도 낡은 습관이란.”

 

이 책은 이렇게 엄청난 문장으로 시작한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인류가 추구해 온 예술은 대체로 ‘이데아’를 좇아 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챕터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 한다.

 

“사람들은 경험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자꾸 축소하려 한다.”

 

사진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사람들은 동굴 안에서 사진을 보며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더이상 리얼리티가 아닌 허구에 더 가까워진 사진을 보면서 말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역사와 견고한 관계를 맺는다기보다는 역사를 요약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리적이거나 사회적인 현실에 관여한다는 뜻인데, 이것은 훨씬 희망적인 동시에 훨씬 약탈적인 면모를 띠기도 한다.”

 

그녀의 문장은 아름답고, 그녀의 사진에 대한 통찰력은 놀랍다. 하지만 그녀는 사진의 본질을 설명하면서 대부분 이것도 되고, 저것되 된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작가는 약탈하면서도 보존하고, 고발하면서도 신성시한다.”, “사진작가는 그저 과거를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다. 과거를 발명하기도 한다.”, “사진은 아름다움을 창조하지만 고갈시키기도 한다.”라던가 “카메라는 자비로울 수도, 잔인해질 수도 있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다소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난 이것이 사진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다른 예술과 다르게 민주적이면서도 권력적이다.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게 정의될 수밖에 없는 게 사진이다.

 

“사진의 리얼리즘은 ‘실재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재로’ 자각한 것을 보여주는 그 무엇으로 정의 될 수도 있다."

 

처음 사진은 회화의 파편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초현실주의와 모더니즘의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엘리트처럼 굴기도 하고, 때론 신이 된 듯한 얼굴을 하면서, 역사와 동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역사 안에서 존재했을 뿐이다. 종국에는 누구나 사진을 찍는 사진의 복음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수잔은 말한다. 

 

그녀의 말처럼 전문가의 사진과 일반인의 사진은 거의 구분하기 힘들다. 다른 예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진 고유의 특성이다. 사진의 정의는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은 사진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진 자체가 지닌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에게 여행을 간다는 것은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의미가 되고 있다. 여행의 생생한 모든 경험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은 욕망. 이것이 사진의 본능이다. 그러면서 시진은 경험을 증명하지만 동시에 경험을 거부하고 있다. 여행은 고작 사진을 모으는 수단이 됐다.”

 

오늘날 사진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지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이미지를 보는 것이 세상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지 없이 나를 표현하는 것도 힘든 일이 되었다. 사진은 우리의 삶과 너무나 가까이에 있다. 사진을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에 다가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에 관하여> 읽으며 사진에 대해 깊이 고찰할  있어서 좋았다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그런 기회를 (지금은 세상에 없는) 수전 손택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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