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를 읽고

 

사피엔스

‘천재 사상가’(뉴욕타임스) 유발 하라리의 대표작 《사피엔스》. 이제 불황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국내 출판시장에서도 《사피엔스》는 인문교양 분야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2023년 1월 기준 ‘200쇄 발행·115만부 판매’라는 놀라운 기록을 거두고 있다. 인류 역사와 미래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사피엔스》의 통찰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책 서두에는 2011년 원서 출간 이후 10년을 돌아보고 위기 상황을 맞은 인류에게 건네는 제언이 특별 서문으로 수록되었다.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키워드로 ‘인간 이해’를 강조한다. 출간 10주년 서문이지만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개인적인 소회보다는 유례없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동료 사피엔스에게 전하는 호소가 담겨 있다.

 

저자

유발 하라리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3.04.01

 

사피엔스는 인류의 거대한 역사를 다룬 책이다. 7만년 전의 미개했던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매우 통찰력 있게 다루고 있다. 사피엔스는 책의 두께가 주는 압박감에 비해 너무나 쉽고 재밌게 잘 읽힌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매우 잘 만든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묘사와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정치적, 과학적 통념이나 상식 등이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사회적으로 은연 중에 금기되었던, 혹은 엄연한 진리라고 여겨져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서 서슴없이 질문하고 의심한다. 예를 들어 “역사와 생물학 간의 상관 관계”라던가 “역사에 과연 정의가 존재하는지”, “역사는 방향성을 지닌다는 오랫동안 믿어온 이론", 그리고 “역사의 대중화 이후 인간은 행복해졌는가?”와 같은 매우 근본적인 물음에 이르기까지, 신의 존재만큼이나 진리라고 여겨온 것들에 대해, 혹은 인류가 깊숙이 숨겨둔 진실의 상처에 대해, 거침없이 까발리고 드러낸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학 교수. <출처: 한겨레21 - 김영사 제공>

 

사피엔스의 부제는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답하고 위대한 질문>이며, 원제는 <인류에 관한 간소한 역사>이다. 제목으로만 유추했을 때 학교에서 배운 것과 같이 크로마뇽인에서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호모사피엔스로 이어지는 직선의 진화 과정을 그린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놀라웠다, 많은 종의 인류는 동 시대에 존재했고 다만 우세 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들을 넘어 지구를 정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질문은 이어진다.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에 비해 우세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자신들보다 더 크고 힘센 네안데르탈인을 몰살시키고, 몰살인지 다른 이유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지구를 정복하게 됐는지? 이 물음에 하라리의 답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그것은 바로 “믿음”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협력의 힘인데, 협력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상상을 함께 공유하고 믿을 수 있는, 다른 종은 가지고 있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류는 신을 믿으면서 거대한 협동이 가능해졌고, 무한한 힘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신을 죽이고 현재는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믿으면서 스스로 거대한 상상 속의 왕국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류는 인간을 복제하고 영원한 생명을 구가하고, 또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마치 인간이 신이 된 것처럼 말이다.

 

하라리는 이런 인류의 역사에는 진보란 없으며 그저 우연의 연속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연히 인간의 욕망에 이끌리듯 그렇게, 수렵채집인에서 농경 정착민이 되고, 과학혁명을 거쳐 ‘인간이 신이 되려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라리는 이런 인류 역사의 과정을 매우 통찰력있고 대담하게 설명하면서도, 모든 인류에게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행복한가?” 민중 혁명 이후에 우리는 행복해졌는가? 수렵 채집 생활보다 농경 생활이 더 행복했는가? 우린 행복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탐욕을 용인하고 있는 것인가?  고대 아테네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이 질문에 대한 보편적인 답을 찾은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삶을 산다는 것,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것, 그리고 개개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거대 담론 앞에서, 우주를 해메이다 문득 자신의 거울 앞에 선 기분이 드는, 사피엔스는 그런 책이다.